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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별검사소 자원봉사 후기. "60여일간 무척 행복했습니다"

폴리스타임즈 2022. 2. 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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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편 해소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아쉬움 남아..

 

“아저씨. 콧물이 나오고 열이 나요선별검사소의 모든 업무가 종료된 오후 5시. 굳게 닫혀버린 철문 앞으로 승용차 한대가 급하게 달려왔다.

 

"선생님 오늘 PCR. 신속항원검사 모두 다 종료됐습니다." "내일은 주말이기에 오전(09:00-13:00시 종료)만 검사소를 운영하니 오전에 방문해 검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승용차 운전석의 남자는 조수석에 않아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콧물이 나고 열이나서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어떻게 검사를 받을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자 5살 정도의 아이는 필자를 바라보며 힘없이 자신의 증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가슴이 아펐다. 손자보다도 어린 자그마한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달리 도와줄 방법이 아무 것도 없었다.(22.2.4일) 

 

2021년 12월 초.

 

평소 친분있던 경기 구리시보건소 보건행정을 총괄하는 간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구리시에서 총 4군데의 선별검사소(보건소. 구리실내체육관. 갈매. 원진녹색병원)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구 LH구리사업단)이 이사하면서 비어있는 부지를 구리시 갈매동 시민들을 위해 갈매임시선별소를 운영 중이지만 구리시민보다 서울. 경기 남양주시 등 인접 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방문이 쇄도하다보니 업무가 폭주하고 있으며 

특히 주차장이 부족한 상태에서 관리마저 전혀안돼 선별검사소 근무자들이 주차장 안내까지 도맡다보니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냐.며 오후 시간대 한시간씩만 도와주면 좋겠다.는 SOS 연락이었다

 

이에 필자는 현장으로 달려가 살펴본 결과 하루 한명이 한시간의 주차안내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최소한 2명이서 2시간의 주차안내를 진행해야 주차장 관리가 가능하겠다는 그림이 그려졌지만 문제는 인원이었다

 

구리시 갈매동은 구리도심권과 멀리 떨어진 인구 3만의 신도시로 매일 오후시간 대 자원봉사를 한다는게 쉽지가 않았다. 또 한 오전시간대도 지원을 해주는 자원봉사자가 단 한명도 없어 선별검사소 근무자들은 오전 업무시작(오전 09:00시)부터 오후 종료(오후 17:00시)까지 선별검사소 근무 외 주차장 안내까지 하느라 이미 오전. 업무종료때 파김치가 될 정도로 지쳐들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토.일요일은 09:00시부터 오후 13;00시 까지만 선별검사소를 운영하는데 이때는 검체 직원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시청직원들이 동원돼 행정지원을 하고 있고 무엇보다 주말에는 구리시자율방범연합대에서 주차장 안내를 하고있어 평일 자원근무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에 구리시 갈매동 현. 주민자치위원장이자 구리경찰서 생활안전연합회장을 역임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오전시간대 선별검사소 주차장 안내 자원봉사를 부탁했고 무난하게 청을 들어줘 다음날부터 오전시간대 자원봉사가 곧바로 진행됐다

 

그리고 오후시간대는 일단 필자 혼자서 주차안내 자원봉사를 진행하면서 소속 봉사단체에 지원을 요청한 결과 뜻있는 지인분들 수명이 요일별로 도와주겠다는 답장을 보내왔고 12월 첫주는 무난하게 오전. 오후 자원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선별검사소 자원봉사 일주일 뒤 오전시간대 자원봉사팀은 각자 사업관계로 봉사가 종료돼버려 결국 다음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혼자서 주차장 자원봉사를 해보았는데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다행히 이날은 후배기자가 선별검사소 취재를 왔다가 혼자 땀흘리는 필자를 보고 카메라를 던져놓고 함께 오전시간대 주차장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힘은 들지만 마음은 참 행복했다. 더욱히 후배기자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니 행복감은 배가됐다.(오전시간대 자원봉사는 단 2차례로 끝맺음) 

 

12월 2주차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시민들의 방문이 늘어났고 총 30여대 미만의 주차장은 이미 오후 1시가되면 더이상 들어올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모두 차버려  도로 한개차선을 차지하며 늘어선 차량들이 100여미터 정도 길게 늘어섰다.

 

또 한 시민들도 인도까지 길게 늘어서 말 그대로 선별검사소는 전쟁터 그 이상이었다. 그러면서 필자의 자원봉사 시간도 점자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하루 4시간을 자원봉사에 투자했다

 

어느날 구리시자원봉사센터장이 필자를 보기위해 선별검사소를 방문했다가 인사만 나눈뒤 대화조차 못할 정도로 동분서주하는 필자를 보고 한참동안이나 기다렸다가 되돌아갔는데 수일 뒤 전화통화를 나누며 그렇게 힘들게 고생할 줄을 미처 몰랐었다,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고마운 인사를 전할 정도로 하루 4시간의 선별검사소 주차장 자원봉사는 상상이상의 노동이었다

 

그런 가운데 함께 땀흘리며 자원봉사를 펼치던 봉사단체 회원들도 코로나19 증가 여파로 한사람 한사람 봉사를 마감했고 어차피 필자가 자청한일 마무리는 멋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그럴때마다 오히려 자원봉사를 함으로서 행복감이 늘어났고  어느덧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끝자락이 다가왔고 년말을 마지막으로 이제 봉사를 종료해야지 생각을 굳혔다

 

2022년 1월1일(토)

 

새해를 맞아 오전 일찍 눈을 뜬 필자는 내 자신과는 다르게 주섬주섬 옷을 껴입고 갈매선별검사소로 차를 몰았다

 

오전 9시 선별검사소 주차장에서 이미 높게 떠있는 새해 해를 바라봤다.그리고 또 다시 자원봉사를 진행했다

 

기껏 한달여간 선별검사소 자원봉사를 했을뿐인데 그 사이 근무자들과 친분도 많이 생겼고 근무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알게됐다

 

때때로 근무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들의 피곤에 젖어있는 커다란 눈망울을 바라보다가 "아!! 내일부터 선그라스 쓰고와야지. 선생님들 눈망울을 바라보면 너무 안스러원서 내가 자원봉사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니까요. 눈을 보지 말아야돼" 농담을 하며 근무자들을 위로하곤 했다

 

1월은 오미트론 여파로 확진자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나면서 자원봉사 근무가 점차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주일에 2번은 2명의 봉사단체 여성회원들이 교대로 찾아와 함께 봉사를 펼쳐줘 힘이 배가됐다

 

그사이 30여면의 주차면적은 20여면으로 줄어들었고(코로나 pcr 검사대기줄 설치) 이윽고 신속항원검사 체계로 접어들면서 새로히 3동의 천막설치 등으로 총 12면정도의 주차면적밖에 남질 않았다(보건소. 선별검사 근무자 차량 4대 제외)

그러다보니 오후 1시 정도면 주차면적은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결국 출근(?) 시간은 12시가됐다. 사실 갈매동은 상가가 많고 주차요금이 비싸다보니 일부시민들이 점심시간에 선별검사소 주차장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알고 차량을 주차하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오후 선별검사 시작전 일일히 차량확인을 하는 일이 무척 중요했다 

 

약 2달간 60여일의 선별검사소 자원봉사를 하면서 필자는 검사소를 방문하는 시민들이 기분좋은 마음이 들도록 남.녀노소 구분않고 오고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러다보니 선별검사소 앞 인도를 걷는 주민들도 필자를 알아보고 서로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한 아이들도 "우리 애기 안녕"하면 "안녕하세요"하며 배꼽인사로 귀여움을 듬뿍 선사해줬다

 

지난 12월31일 오후. 한 여학생이 필자에게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응 뭐지. 순간 어리둥절해하는 필자에게 한 부부가 다가와 "아저씨 고생하셔서 저희가 드리는 선물이예요" 안에는 유명제과점의 간식이 들어있었다  

 

그사이 선별검사소를 자주오시는 시민들과는 친분도 생겼고 일부 시민들은 필자에게 고생한다,며 간식 등을 사주겠다. 커피를 사주겠다 고마운 마음을 보내왔지만 모두 거부했다. 그리고 처음오시는 시민들에게도 비록 자원봉사이지만 구리시 갈매선별검사소 주차장 책임자(자칭)로 책임을 다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

 

필자는 60대 중반의 나이지만 언뜻 보기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다보니 시민들 대부분이 아저씨로 호칭하지만(아이들도 아저씨로 호칭)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로 코를 쑤셔대 놀래서 울고나오는 아이 한명 한명에게 "아이구 우리공주님 울었네 우리 왕자님도 눈물자국보이고.. 엄마, 아빠 한테 맛있는 거 사주라 그래.. 우리 애기들 잘가 안녕" 아이들을 달래주는 것도 어느 덧 필자의 몫이됐다

 

그동안 자원봉사를 하면서 서운했던건 일부 지인들이 얼마받고 하느냐는 말이 마음을 아프게했다. 돈을 받다니. 아마 그들은 필자가 돈을 받고 자원봉사를 하는 줄 알고 있었다보다. 그런데 틈틈히 그런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설마 현직 기자가 돈도 안받고 남들이 다 회피하는 코로나19 선별검사소 자원봉사를 할까. 하고 의심이 되나보다

 

그렇지만 필자가 선별검사소에서 지급받는건 일일 마스크 한장과 추위에 도움이되는 핫팩 2개가 전부다. 처음 봉사 시작에는 방역복에 페이스 쉴드(얼굴가리개) 등 방역보호복을 입었지만 주차장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다보면 30여분뒤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버려 지금은 검사를 받는 시민들과 동선이 떨어져 있기에 마스크만 쓰고 근무하고 있다(오후 4시면 해가 맞은편 건물뒤로 숨어버려 추위가 엄습하고 두터운 장갑 2개를 껴도 손끝이 아릴 정도로 시림)

 

이제 주말이 지나면 2월 7일(월) 갈매선별검사소에서의 자원봉사는 끝을 맺는다. 구리시에서 지난 년말 일자리사업으로 보건소와 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할 5개월간 단기일자리 근무자들을 50명 뽑았기에 이제 필자가 해야할 일이 끝나는 것이다

햇수로 2년(2021. 2022년)이고 일수로는 60여일간의 고단한 자원봉사였지만 필자가 시민을 위해 노력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또 한 코로나시대에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드린다.

 

지난 금요일 오후. 이날의 자원봉사를 마칠 즈음 선별검사소 근무자 중 한명이 말했다. "국장님(실제 직함은 인터넷신문사 대표이지만 지난 36년간의 기자생활에 따라 지금은 손기자. 손부장. 손국장. 손본부장. 손대표로 호칭되고있음) 가지 않으면 안돼요?. 국장님이 계셔서 저희가 얼마나 힘이되는데요..."

 

그동안 선별검사소 자원봉사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기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딱한번 다툼도 있었다(업무 종료 후 검사소 방문해 검사를 안해준다고 욕설) 

 

그런데 필자가 없을 때면 꼭 일부시민들이 근무자들에게 폭언. 위협을 하는 행위가 자주 있었다.고 전해들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선별검사소 근무자들에게 불필요한 욕설 등 행위는 자제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앞으로도 또 다른 봉사에 나서겠지만 지난 60여일간의 갈매선별검사소에서의 행복은 죽을 때같이 잊혀지지 않는 소중 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사진: 필자 모르게 지인이 찍어서 보내 준 유일한 사진)